효경재가노인돌봄센터 스킵네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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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긴장된 특급작전

  • 등록일 : 2021-07-12
  • 작성자 : 최종순
  • 조회수 : 105

내가 생활지원사라는 직업을 알게 된 건 그녀를 거기서 만나면서부터였다

97살이 된 두 아들을 학교.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온몸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줄 믹스커피를 한잔 마시며 오늘 저녁거리는 뭘해야 하나..?하며 깊은 고민거리에 휩싸여 있었다.

우선 마트로 발걸음을 향했다.

마트 입구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

어머!!언니!! 장보러 왔어요?”

아니~여기 옆이 우리 사무실이잖아

마트옆 건물에 효경재가노인센터라는 간판이 보였다.

무슨 일 하는데요?”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 안부 확인하는 일인데...9시부터 2시반까지 근무시간이고 어르신들도 다들 좋으셔서 재미있고 할만하다.니도 한번 해볼래?“

그랬다..애들이 없는 낮 시간에 일 할 수 있는 건 주부인 나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나는 마트에서 두부와 콩나물 대신 이력서를 샀다.

이력서도 거의 15년만에 써보는거라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보고 나는 합격을 했다.

생활지원사. 최종순이라는 이름과 사진이 함께 있는 명찰을 받고서 목에 걸어보았다.

결혼 기념일날 신랑이 사다준 18k 금목걸이 보다 시커먼 줄에 내 얼굴이 박혀있는 이 목걸이가 나는 더 좋았다.

처음 방문했을 때 어르신도 그렇고 나도 어색해 쭈뼜됐다 뭐..아직 라포형성이 되지않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주 찾아 뵙고 이야기 나누며 가까워 질수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랬다.. 어르신들은 멀리 있는 자식보다 자주 들여다보고 전화해주고 말벗이 되어주는 우리가 더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

이제는 어르신과 친한 사이가 되어 가끔 농담도 나누곤 한다.

어르신~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김밥 싸들고 소풍이나 갈까요?”

하이고~내가 슨샘하고 말라꼬.. 어데 참한 영감이나 있으마 모를까??”하며 웃으며 편하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날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 뜻하지 않게 당혹스러운 일이 생겼다.

가끔 면사무소에서 어르신들께 후원물품을 전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우리는 기꺼이 도와드린다. 그날도 면사무소에서 어르신 한분께 5만원짜리 상품권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oo마을에 운봉댁 어르신께 가져다드리면 된다고 했다.

~알겠습니다하고 대답을 하고 난 뒤 생각을 해보니 운봉댁 어르신 옆집이 고봉댁 어르신 집이였다.

어머! 어떻하지? 운봉댁 어르신한테 갖다가 고봉댁 어르신한테 들키면 난감한데,,어떻게 가져다드리지?’

나는 고봉댁 어르신이 모르게. 아니, 그 동네 지나다니는 개도 모르게 상품권을 전달해야했다.

어르신 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전달해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마을입구 정자나무 아래로 좀 나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어르신께 드릴 후원품이 있는데요 하나밖에 안나와서 고봉댁어르신은 못 드려요 고봉댁 어르신이 아시면 서운해 하실테니 아무 말씀하지 마시고 정자나무로 좀 나오세요?”

.... 알겠구메.. 내 안말 안하고 나가끼요

주위를 살피시며 걸어오시는 어른이 모습이 보였다.

어르신.. 여기 이거..상품권 인데요 하나밖에 없어 어르신만 드리는 거예요."

상품권을 내미는 그 순간 길모퉁이를 돌아 걸어 나오시는 고봉댁 어르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눈앞이 캄캄했다. 내 XXX들 놓을때도 이렇게 까지 캄캄하지 않았다.당황을 하니 몸도 머리도 빨리 움직이질 않았다.

어머!어르신 어떻하지요?.. 저기 고봉댁 어르신이..”

이렇게 들키는건가...'

상품권을 든 내 손이 사시나무 떨 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 순간 나에게 산신령이 나타났다. 아니 산신령은 없었으나 산신령이 몰고 다니는 흰 연기가 나타난 것이다.

~~~~!!!”하며 모기 방역차가 흰 연기를 뿜으며 지나갔다.

그래서 그 연기 사이로 우리의 모습은 잠시 사라지게 되었다.

이때다..빨리 도망쳐야한다

어르신 저 가볼께요"

~~알겠구메 어서 가보소

나는 희뿌연 연기가 사라지기전에 얼른 사라져야했다.

출발을 하는데 운봉댁 어르신께서 상품권을 흔들며 뛰어오는 모습이 내 차 백미러에 비췄보였다.

하이고~~슨샘요~슴샘요~ 사전. 사전 안찍는교??사전 찍고 가야지예~”

후원물품이나 선물을 전달해 드리면 항상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게 갑자기 생각이 나셨던 모양이다.

아픈 다리로 지팡이를 짚으시며 뛰어오셨던 것이다.

그 와중에 나를 생각해주시는 어르신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고봉댁 어르신이 생각났다. 어르신댁에 가면 이빨이 나간 컵에 당근이 동동 떠있는 믹스커피를 태워주셨는데.. 고춧가루가 묻은 칼로 사과도 깎아주셨는데..깨끗하진 안더라도 그 마음만큼은 너무나 깨끗하다는 걸 안다.

정말 작은선물 이나 후원품 일지라도 어르신들께 다 드렸으면 좋겠다.

전달해주는 우리도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같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아 방문을 못하고 전화로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매일 전화를 드리면 귀찮을 법도 한데. 잘 받아주신다.

내 잘 있구메~ 걱정마소.슨샘이나 단디 댕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