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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대구광역치매센터 치매극복수기 공모전 장려상 수상 - 손*자 생활지원사

  • 등록일 : 2021-09-27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수 : 226

제목 : 소고기국이 뭐라꼬?

“Web 발신 화재감지 김옥*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OOOO”

새하얀 새치머리가 소복히 둥지를 틀어 불 볕 더위를 참아가며 염색약을 한창 바르고 있던 금요일 오후..

띵똥하며 날라 온 문자를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몇 번이고 보고 또 보아도 주소와 함께 날라 온 사진은 김옥* 어르신의 집안의 모습이다.

어 어... 화재 감지? 이건 모지? 어르신은 어디계시지?’

여보세요? 어르신 지금 어디에 계세요?”

아이고 선생인교? 아까 왔다 가놓고 말라 전화했는교?”

..어르신 지금 어디에 계세요?”

와요 쓰레기 버리러 나왔디 고맙게도 누가 나물을 좀 줘가지고 나물 다듬고 있니더.”

혹시 어르신 가스렌지에 뭐 올려놓은 건 없으세요?”

모라꼬요..머 올린거... 아고마 큰일이네 고기국이 아까비가 쪼매 올리놓고 왔는디.”

어르신..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전화 좀 바꿔주세요.”

옆에? 옆에?? 어디갔노 갔는가베...모르것다

그럼 어르신 천천히 집에 올라가보셔요

 

독거노인들의 안전과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드리는 나는 생활지원사 2년차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고 싶은데 차로 30분이나 걸리는 곳이다 보니 당장 갈수도 없어 어르신이 놀라실 걸 생각하니 앞이 까마득해진다.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전화 해봐야 겠다.

관리실이죠? 몇동 몇호 김옥* 어르신 댁에 지금 화재 감지가 되어 응급벨이 울렸는데 혹시 알고 계시나요? 어르신이 지금 집으로 올라가셨는데 연세가 높다보니 위급시에 대처가 안되 실 것 같아요. 지금 빨리 OOOOOO호로 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또 다시 띵똥 소리가 들린다. 어르신 댁 거실에 자욱한 연기가 보이고 119소방대원이 출동하여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현장 사진이다. 연세가 높고 우울감이 있어 어르신 댁에 설치해둔 응급안심기계에서는 실시간으로 담당 생활지원사인 나에게 현장 사진을 전송을 해주고 있다.

.. 119 대원이 출동했으면 이젠 안심해도 되겠네....휴우

독거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응급안심기계는 몇 군데 설치를 해 두었지만 이렇게 실제 화재가 나고 119 소방대원이 출동한 적은 처음이었다.

 

짧은 안도의 숨을 잠시 쉬고 나서 보호자분께 전화를 드리고 상황을 설명한다.

타지역에 계시는 보호자분이 평일에 어머니가 계시는 곧 까지 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아 어머님이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오실 수 있는지 여쭈어보니 역시나 곤란하다는 대답을 하신다.

그럼 제가 가서 상황 보고 연락드릴께요

 

많이 놀랐을 어르신을 생각하며 우황청심환을 사서 어르신 집에 갔더니 메케한 냄새가 아파트 1층부터 코를 찌른다. 이미 화재는 진압이 되어 119 소방대원은 철수한 뒤였고

어르신은 나를 보자 말자 엉엉 소리까지 내며 울어버리신다. 아무리 달래고 위로해 드려도 어르신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꼬박 한 시간 가량을 울며 불며 하시던 어르신은 그제서야 자초지정을 말씀하신다.

 

소고기국이 아까워서 데워 먹으려고 가스 불에 올려두고는 깜빡 잊고 1층에 내려갔다 이렇게 됐다며... “이 소고기 국이 뭐라꼬?”자식한테 못할 일 시킬 뻔 했다며 본인 머리를 마구 주먹으로 때리신다.


2021 치매극복수기 공모전 심사결과 링크 : https://daegu.nid.or.kr/m/community/notice/view.aspx?no=4539¢er_gubun=g&rNum=4